일상

권리를 못 누린 자와 권리를 빌려 누린 자

천백십일 2011. 12. 1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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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포스코(옛 포항제철) 명예회장인 박태준씨가 지병으로 사망하였습니다. 한국의 철강왕으로 불릴 정도로 한국 철강산업을 이끌어온 인물입니다.

그의 사망 원인은 폐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망 전 재산을 사회 환원하여 일반 대중에게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의 장례는 사회장으로 진행되며, 국립현충원에 뭍힌다고 하네요.

여기 같은 날, 또 다른 죽음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바로 일제 강점기 위안부 피해를 입으신 고 김요지 할머니. 15일 노컷 뉴스(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002731)에서 보도된 바에 따르면 18세에 강제로 중국으로 끌려간 할머니는 해방 이후에도 정신적 고통 속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못 하시다가 13일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공고롭게도 13일은 1000번째 진행되는 수요집회를 하루 앞둔 날이었습니다. 그녀의 빈소에는 하루 2~3명 남짓 조문객이 찾았다고 하네요.

철강왕 박태준을 있게한 포항제철은 1968년 대일청구권자금으로 건설되었습니다. 당시 산업화를 위해서 자금이 필요했던 박정희 정권은 개인에게 있는 식민지피해보상 청구권을 '김종필 오히라 메모'를 통해 일방적으로 사용해 버립니다. 이것으로 '일본은 식민 피해 보상을 다 했다. 때문에 일본 정부를 더 이상의 보상을 할 수 없다.'는 논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포스팅을 통해 박태준 이란 인물을 깎아내리거나 흠집내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의 업적을 이룰수 있던 그 근거는 무엇인가요? 박태준이란 인물의 능력? 박정희라는 대통령의 경제 정책? 아니죠.
그 바닥에는 국가, 산업화라는 이름으로 개인이 받을 보상을 빼앗긴 일본군 위안부, 강제 징용 노동자들이 있는 것 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박태준, 박정희, 정주영, 이병철 같은 인물의 능력으로 사업 수완으로 현재 대한민국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안부 피해, 강제징용, 독립운동을 한 분들에게 마땅히 해야할 일에는 소홀히하고 있는 상태죠. 기사에 나와있는 포스코의 입장이 참 웃기죠.
"대일청구권으로 생겨난 것은 맞지만, 우리는 그 10배 이상을 환원했다. 때문에 우리는 보상을 해줄수 없다." 대체 누구에게 보상한건가요? 아직 68명의 할머니는 사죄도 받지 못한채 1000번째 수요 집회를 진행하였고, 그보다 많은 강제징용 피해자, 독립운동 유공자들이 고통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받았기에 당연히 받아야하는 보상의 권리를 빼앗긴 자와 그 권리 대신 이용하여 업적을 쌓고 부과 명예를 누린자. 그 두 사람의 한날 죽음이 어쩌면 우연이 아닐 수 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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