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움직이지 않는 기자, 읽지 않는 독자 - 광주 무인점포 절도건을 보며

천백십일 2023. 5. 1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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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의 한 무인점포에서 물건을 훔친 아이들의 신상을 해당 업주가 가게 문 앞에 걸어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5월 9일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가게에서 2만원 상당의 물건을 훔친 것이 발각되었고 이후 다시 한번 사건이 발생하였다고 합니다. 이에 업주는 피해 부모와 합의하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고, 결국 아이들의 얼굴과 학교 학년 반 등이 적힌 글을 붙였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화제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많은 매체에서 해당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아이를 잘못 키운 부모의 잘못이다.', '피해 입은 점주는 무슨 잘못이냐.' 같은 반응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행동은 잘못된 것 입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욕 먹을 일인가? 아이들 신상을 맘대로 공개한 잘못은 없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기사를 잘 보면 점주가 합의를 시도 했다는 얘기는 나오지만, 아동의 부모가 왜 합의를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부분은 나오지 않습니다. 부모들이 '내 아이가 그랬다고 어떻게 믿냐'며 배째라고 나오는지, 그 돈도 갑을 수 없는 처지인지 혹은 또 다른 것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기사에 뜬금 없이 나오는 '절도 시 50배 배상' 이라는 것을 보고, 부모에서 50배를 요구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기사는 많지만 어느 기사에서도 이런 부분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저 'XX에 따르면' 이 전부 입니다. 그리고 댓글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알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아이의 부모 역시 파렴치한으로 결론을 내고 그에 대해 비난하는 글을 작성하면 끝 입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잘못 입니다. 그런데 그 잘못은 개인이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처벌하는 것도 잘못 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법이 있기 때문이죠. 

어떤 사건에 대해 판단할 때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알아야 합니다. 만일 저 아이의 집이 정말 극빈의 환경이라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점주가 절도에 대해 무리한 보상을 요구 한다면? 

이런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기사와 기자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고, 사건을 잘 알지 못하며 비난부터 하려는 독자에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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