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손혁 전 감독에게 자꾸 앞으로 나서라는 사람들, 보호는 해줄껀가?

천백십일 2020. 10. 1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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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시즌 프로야구 준우승을 이끈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던 키움이, 이번엔 시즌 3위를 기록 중인 상황에서 팀 감독을 교체해서 물의를 일으켰다. 상식적으로 상위권 성적은 내는 팀의 감독을 시즌 중에 교체하는 일은 많지 않다. 더불어 공식적으론 감독의 자진 사임이라고 하지만, 그 이면에 경질이 아니냐는 의심이 깔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에서 자꾸만 '손혁 감독이 나서서 이번 일의 전말을 알려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확한 사실을 알고 있는 당사자가 나서서 파렴치한 키움 히어로즈 구단의 운영 방식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맥락이다.

그런데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손혁 감독이 얘기를 하면 그를 위해 뭘 해줄 수 있나?

한국 야구판도 아주 작은 판으로, 어떤 작은 일 하나로도 향후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 수 없다. 다른 구단이 히어로즈 구단을 못 마땅하게 생각할 수는 있더라도, 결국 구단을 운영하는 주체들이다. 손혁 감독이 나서서 프런트를 공격한다면, 그에겐 '프런트와 대적하는 인물' 이란 인식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타 구단에서 프런트와 척 질 수 있는 용기를 가진 감독과 계약하려고 할까?

물론 이상적으론 그렇게 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히어로즈 구단이 탄생할 때부터 각종 사건 사고가 있을 때 한국 야구는 말로만 와글와글 하고 정작 해결책은 제시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다를 수 있을까?

손혁 감독이 나서봐야 개인만 피 흘리고 끝날 확률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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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 전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

손혁 전 감독이 구단의 ‘자진 사퇴’ 발표와 함께 팀에서 물러난 게 지난 8일이다. 그 이후 5일 동안 야구계는 이 일로 아수라장이다. 불과 12경기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그것도 3위를 달리고 있어 포스트시즌에서 얼마든지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팀의 사령탑이 스스로 물러났다는 발표를 아무도 믿지 않는다. 여기에 자진 사퇴한 감독에게 내년까지 잔여 연봉을 주기로 했다니 더욱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야구인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자존심이 짓밟혔다고 생각하고 있다. 더욱 답답한 건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손혁 감독 스스로 “성적이 부진해 물러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후 히어로즈 구단은 언론에서 ‘사실상 경질’이라고 주장하는데도 ‘자진 사퇴’를 고수하고 있다. 주변 정황상 구단 고위층의 압력에 의한 사퇴가 분명한데도 물증이 없으니 달리 방도가 없다. 히어로즈 구단은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으로 믿는 듯하다.

손혁 전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직접 나서 사퇴에 얽힌 진실을 밝혀야 한다. 사진=MK스포츠 DB

이 사안의 진실을 밝혀줄 단 한 명은 바로 당사자인 손혁 전 감독이다. 손 전 감독은 그날 이후 휴대폰 전원을 꺼놓고 잠적해 버렸다. 손 전 감독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모른다. 야구계를 완전히 떠날 심산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떳떳하게 얼굴을 내밀고 사실을 밝히는 것이 맞다. 이 사안은 손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키움 히어로즈 구단의 전횡을 바로 잡아야 하는 야구계 전체의 중차대한 과제다. 인사권도 없는 사외 이사회 의장이 감독을 자기 입맛대로 쓰다가 버리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만일 ‘자진 사퇴’가 아니라 구단 구위층의 압력에 의한 ‘경질’로 드러난다면 히어로즈 구단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거짓말을 한 도의적 책임뿐 아니라 그동안 구단 내부에서 자행됐던 프런트와 현장 간의 불공정한 관계도 밝혀져야 한다. 손혁 감독이 시즌 중 구단으로부터 어떤 간섭을 받아왔는지도 이참에 모두 알려져야 한다.

손혁 전 감독은 야구계의 엄친아로 불린다. 스마트하고 솔직 담백한 성격이다. 경제적으로도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다. 숨는 게 능사가 아니다. 모든 야구인들이 손혁 전 감독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당장 야구인들의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지만 야구 감독 나아가 야구인 전체의 위상과도 직결된 사안이다. 야구계 질서를 바로잡는 일이기도 하다.

손혁 전 감독이 나서야 한다.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래서 돈이면 뭐든지 된다고 생각하는 졸부들의 못된 근성을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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