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헬조선, 영화 '베테랑'에서 볼 수 있는 대한민국의 비애

천백십일 2015. 8. 2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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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 공무원 시험과 대기업 시험에 몰리는 현실, 남녀 갈등, 세대 갈등 등 여타 한국이 앓고 있는 사회 현상을 두고 '헬조선' 이라 표현하는 것이 늘어나고 있다. 시쳇말로 '단국 이래 최대 부유하고, 공부도 많이한 세상'이지만 어떻게 된 것이 먹고 살기는 더 팍팍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하는 20대~30대 초반의 인구에서 자연스럽게 그 표현이 늘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한편에선 '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조국을 폄하하냐'는 식의 반응을 보기도 하는데, 특히 전후 베이비붐 세대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중장년이 된 베이비붐 세대의 일부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세대 갈등의 전투장으로 향하고 있고, 다른 한편은 '아파도 청춘이다' 식의 위로를 하기도 하며 그와 비슷하게 '버텨라' 식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 마져도 최근엔 '아프면 병원에 가야한다' 는 반론이 나온 상황.

 

결국 보면 '헬조선'이란 단어를 쓰는 사람은 있어도  그것을 설명하거나 이해 할 수 있는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 인 것 같다. 나 역시 설명하려 든다고 해도 100% 이해 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본 영화 '베테랑'을 보고 나서, 영화에 빗대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는 열혈 형사 서도철이 재벌 3세 조태오의 악행을 쫒는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으며, 이를 두고 부정부패를 소탕하는 내용이 쾌감을 주고 있다고 기자들이 기사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쾌감이 느껴지기 보단, 앞서 말했든 '헬조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씁쓸할 뿐이었다.

 

착실하게 살아가는 화물 운전 기사는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계약 해지를 당한다. 이에 항의를 하고 싶지만, 계약 당사자인 사무실도 대기업의 하청이란 이유로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여주기 않는다. 결국 항의를 위해 대기업 본사를 향했고, 그곳에서 만난 재벌 3세는 '얼마는 못 받았냐'는 질문을 하고 답변으로 돌아온 '420만원' 이란 숫자에 콧방귀를 뀐다.

그리고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우린 아직 안 굶어죽은거 아니냐'는 재벌 3세의 발언이 돌아온다. 고급 술집에서 호화 생활을 하며 '경제가 어렵다'고 떠들며 돈 없는 사람을 착취하는 세상은 지금과 많이 닮았다.

 

또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자 돈을 엮어둔 경찰, 검찰, 정치의 인연을 이용해 입막음을 하는 모습들과, 또 돈을 들고 피해자와 수사 기관을 향하는 모습 역시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주고 있어 씁쓸하다.

 

제일 씁쓸한 부분은 영화의 마지막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죄를 저지른 재벌 3세는 구속이 되고 재판을 받는 것으로 끝이 난다. 여기서 관객은 쾌감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는 결말이 어떻게 될지 알고 있다. 좋은 변호사를 쓰고 앞서 사용한 인맥을 활용해 처벌의 시늉만 할 뿐이며, 또한 대외적으론 온갖 사회 공헌을 하고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임금을 체불하고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행위를 지속 할 것이다.

 

돈만 있으면 죄도 사라지는 세상, 돈으로 신분이 구별된 세상, 정체된 사회 구조 속에 살아가는 현실을 '헬조선' 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변하려 하지 않고, 변할 수도 없으며, 단지 영화로 대리만족을 해야 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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