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업은 배부르고 노동자는 배고픈 현실은 왜 바뀌지 않을까?

천백십일 2021. 7. 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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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논의되는 가운데 나온 말이다.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을 알아달라는 것을 한마디로 얘기하면 인건비 부담이다. 이것은 최저임금 뿐만 아니라 휴일,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안전망과 복지 정책을 고려할 때마다 나오는 말이다. 물론 그것이 부담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가지 얘기를 해보자면, 아버지는 젊은 시절부터 몸으로 노동을 하셨다. 대략 기억하기로 월급이 대략 200만원 정도 였던 것 같다. 지금도 일을 하시는데 요즘 받으시는 월급은 300만원 남짓으로 알고 있다. 시간이 30년 가까이 흘렀는데 월급은 100만원 정도 오른 것이다. 그 사이 분양 받았던 아파트 매매가는 15배가 올랐고 짜장면 값도 대여섯배는 오른 것 같다. 근데 왜 월급은 오르지 않지?

IMF 이후 한국 경제는 양극화 문제와 싸우는 중이지만, 그 격차는 좁혀지기보다 더 넓어지고 있다. 무역으로 흑자를 본다고 하는데 그 흑자는 기업과 대기업 노동자 등 일부만 가져가는 형국인 것이다. 아래 기사에도 달려있듯 '열악한 환경에서 고된 노동을 하는데도 월급은 230만원이라니'...

왜 납품가는 오르지 않을까? 왜 노동자의 임금은 오르지 않을까?  

 

서울 구로구에 있는 금속가공업체 A사는 3년 전 30명이었던 인력을 현재 12명까지 줄여 운영 중이다. 최근 3년간 30% 이상 오른 최저임금 영향에 신입 기준으로 한 달에 150만원 정도 주던 월급이 현재 230만원까지 올랐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에 일감까지 줄면서 고정비 부담에 결국 인력을 내보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A사 대표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4대 보험료와 퇴직금, 주휴수당 등이 함께 오른다”며 “가파르게 오른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의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사이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장기화로 인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경영 여건이 악화하고 고용마저 뒷걸음질 치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어서다. 대기업에 비해 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최저임금이 더 오를 경우 인건비 등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중소기업 10곳 중 6곳 “최저임금 동결·인하해야”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고용애로 실태 및 최저임금 의견조사’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50.8%) 혹은 인하(6.3%)해야 한다’는 응답이 57.1%였다. 특히 10인 미만 영세 중소기업에서 동결·인하해야 한다는 응답은 72.1%에 달했다.

중소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반감을 보이는 데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영난 영향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소기업 중 68.2%는 현재 경영상황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악화했다’고 응답했다. 이 중 10인 미만 기업은 79.4%가 ‘악화했다’고 응답했다. 현재 정상적인 임금 지급이 어렵다는 기업도 40.2%에 달했다. 이 중 비제조업(48.3%)과 10인 미만 기업(55.6%)이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남석 전북대 교수에 의뢰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시나리오별 고용 규모’를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될 경우 일자리가 최소 12만 5000개에서 최대 30만 4000개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구직자들 사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구직자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저임금에 대한 구직자 의견조사’에 따르면 63.8%는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와 같거나’(48.1%) ‘낮아야 한다’(15.7%)고 응답했다. 특히 80.0%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최남석 교수는 “코로나19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 수요 감소와 더불어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를 감소시킬 수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일자리 감소 효과를 감안해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로 중소기업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이날 열린 ‘최저임금에 대한 중소기업계 공동 입장 발표’에서 “최저임금이 노동계가 요구하는 1만 800원까지 오르면 어떻게 기업을 경영하고 일자리를 지켜나갈지 막막함을 호소하는 기업인들이 많다”며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노사가 현실을 감안해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저임금 차등지급 결렬에 우려 드러내

소상공인계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실시한 ‘2022년도 최저임금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에 대해 ‘동결(46.3%)·인하(45.7%)해야 한다’는 응답이 무려 91.9%에 달했다. ‘인상’을 원하는 소상공인은 8.1%에 불과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소상공인 지급 능력을 고려한 종합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업종·지역별로 차등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저임금법 4조1항은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측은 이를 근거로 업종·지역별 차등적용을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김기문 회장은 “업종·지역별 최저임금 구분적용은 이미 선진국에서도 도입한 제도”라며 “그런데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이번에도 부결시켜 버렸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 의견을 완전히 묵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으로 참여하는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최근 중소기업 절반 이상은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 못하는 상황이고, 생산·매출·이익 감소 추세는 대기업보다 훨씬 큰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또 인상된다면 경영 부담은 물론이고 일자리 사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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