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9대 국회의원 선거의 좌절과 희망

천백십일 2012. 4. 1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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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난리를 쳤는데도 졌습니다.

엊그제 퇴근 시간 이후와 어제 하루 종일 SNS는 선거 관련 글로 넘쳐났고, 각종 커뮤니티도 마찮가지였죠.

건너건너 들은 얘기에 따르면 어제, 11일 엠팍 페이지뷰 1300만 찍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관심이 많았다는 것이겟죠.

하지만 졌습니다.

투표율은 힘겹게 50%가 넘어갔으며, 남한의 동쪽은 빨간 물이 들었습니다.

참, 높고 단단한 벽인가 봅니다. 부산 민심이 안 좋아졌다고 해도, 박근혜가 깃발 꽂아주니 손수조도 44% 얻었습니다.

영남의 모든 지역에 박근혜 깃발 꽂아주니 새누리가 가져갔습니다. 이재오가 욕을 들어도 결국 손을 들어주네요.

당장 한미 FTA, 제주 해군 기지부터 경제민주화, 민간인 불법사찰, 공정 언론 등등 많은 부분의 개혁이 미뤄졌습니다.

이제 할 수 없을지도 모르죠. 좌절했습니다.

20, 30대 투표도 늘어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SNS에 퍼지는 20대 투표율에 대해 허위 사실이라고 하지만,

제 생각엔 40% 이상 올라가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전체 투표율이 50% 초반인데, 50대 이상 투표율이 40%대이고 20, 30대 투표율이 60%대라고 생각하기 힘드니까요.

누군가 투표 안 하는 것도 자유라고 합니다.

네, 자유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권리를 버린 자유 입니다. 국민이 권리를 버리면, 의무만 남는 노예 아닌가요.

투표 안 하는 자유를 누리겠다는 사람들이,

1~2백년 전 노동자, 여성, 흑인이 투표권을 가지려 했던 이유와 과정을 알고 있다면,

더 나아가 2천년 전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이 전쟁에 나가야하는 의무를 가지면서까지 시민이 되고 참정권을 가지려 했던 이유를 안다면

그렇게 쉽게 투표를 포기하고 그게 자유라고 떠들 수 있을까요?

한국의 유권자 의식에 좌절했습니다.

그런데 희망도 있는 것 같습니다. 큰 건 아니지만.

지난 지방선거 때, 유시민이 지고 한명숙이 질때도 '괜찮다. 유권자가 변하고 있다. 다음을 보자.'는 말을 했지만,

그 말이 체감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선 뭔가 본 것 같습니다.

온라인을 벗어난 제 주변에서 투표하라는 말이 한마디씩 더 오갔으며.

투표장에서 20대가 보이기도 하고, 30대 부모가 자녀들을 데리고와서 "이게 우리를 대표하는 사람을 뽑는거야? 라는 교육도 했습니다.

또 처음 투표하시는지 "이거 잘못 했는데, 찢고 다시해도 되나?"라고 말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분명 한명이라도 더 참여하려는 모습이겠죠. 물론 늘어난 참여 인구가 저와 같은 정치 성향은 아닐 것 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참여하고 정치에 관심을 더 가지고 투표를 더 많이 하면,

언젠가는 변화가 오고 정치인들이 선거때만 시민, 국민 눈치 보는게 아닌 평소에도 그러는 때가 오지 않을까요.

그날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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