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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화장할 사람을 납치한 사건, 그보다 놀라운 중국의 문화

천백십일 2021. 4. 1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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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최근 알려진 엽기적인 사건이 있습니다. 중국 지방정부에서 사람이 죽을 경우 매장을 금지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대리로 화장이 될 시신을 구하려다가 살아있는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소식 입니다.

사건 자체도 끔찍하지만 개인적으론 몇가지 더 경악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 됩니다.

첫째, 해당 사건은 2017년 2월에 발생했다고 합니다. 당시 납치되어 화장이 된 피해자를 발견할 수 있던 것은 경찰이 CCTV로 증거를 발견한 덕분이라고 합니다. 물론 모르고 넘어갔을 수 있는 사건을 확인하게 된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CCTV가 2년이나 보관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국내는 법적으로 몇개월 이내 보관만 의무화 하고 있으며, 너무 무분별하게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과 비교해 본다면 2년은 너무 긴 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둘째, 중국인들이 사후 안식을 얻기 위해 매장을 선호한다는 점 입니다. 그게 뭐 놀랄 일인가 싶지만, 1970년대 문화혁명을 거치며 사상 개조가 일어난 중국인들 인식에 아직 매장을 선호하는 문화가 남아있다는 점 입니다. 당시 혁명으로 인해 중국 문화의 많은 부분이 소실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사후를 위해 매장을 고집하는 풍습은 남아있다니 뭔가 아이러니합니다.


2017년 3월 1일, 중국 광둥성 루펑시에 사는 한 다운증후군 환자(당시 36·남)가 집 앞에서 쓰레기를 줍다가 괴한에게 납치당했다. 그는 이날 이후로 가족의 품에 영영 돌아가지 못했다. 납치범이 그에게 독주를 먹인 뒤 입관하고 화장하는 인면수심의 범죄를 저지르면서다.

희생자의 이름은 린 샤오런이다. 13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샤오런이 당한 사건이 지난 주 지역 매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중국이 들썩였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 지방 정부가 매장을 금지하면서 생긴 신종 범죄로, 중국 사회에 매장 금지법에 대한 논쟁을 촉발했다고 SCMP는 전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샤오런이 납치 당하기 얼마 전인 2017년 2월 어느 날. 광둥성에 사는 부유층 황씨 가족은 가족 중 한 사람을 암으로 떠나보냈다. 고인은 숨지기 전 자신을 매장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하지만 매장은 금지되고 있었다. 중국 지방 정부들이 토지를 아끼기 위해 매장을 금지하고 화장을 촉진하는 정책을 펴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씨 가족은 법망을 피해 고인을 매장하기 위해 고인 대신 화장할 시신을 구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지방 정부를 속인 뒤 뒤 고인을 몰래 매장하려는 계획이었다.

황씨 가족은 브로커를 통해 시신을 구해다 줄 또다른 황씨성의 남성을 소개받았다. 그런데 이 남성은 시신이 아닌 생존자를 물색했다. 그는 3월 1일 샤오런을 유인해 독주를 먹였다. 이어 의식을 잃은 샤오런을 미리 준비해둔 관에 밀어 넣었다. 네 개의 철못을 박아 관을 봉인했다.

샤오런의 관은 곧바로 옮겨져 고인의 관과 '바꿔치기' 됐다. 고인의 화장 이틀 전의 일이었다. 샤오런은 그렇게 죽은 황씨가 돼 세상을 떠났다.

황씨 가족은 시신 가격으로 10만7000위안(약 1800만원)을 지불했다. 납치범 황씨가 9만 위안(약 1500만원), 이들을 연결해준 브로커가 1만7000위안(약 300만원)으로 이 돈을 나눠 가졌다.

이같은 인면수심의 범죄는 2년 만에 발각됐다. 경찰 당국이 감시 카메라(CCTV)로 이들의 행각을 확인하면서다. 그때까지 샤오런은 지역 경찰의 실종자 명단에 올라 있었다.

납치범 황씨는 지난해 9월 산웨이시 지방 법원으로부터 사형과 함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역 고등법원에 항소했지만 지난해 12월 기각됐다.

SCMP는 광둥성의 규정에 따르면 장례업체는 화장 전에 고인의 신원을 확인해야 하지만 중국에서는 시신이 바뀌는 사례가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민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 지방 정부들의 화장 촉진 정책에도 불구하고 2019년 한해 사망자 중 52%만이 화장됐다. 중국인들이 사후 안식을 얻으려면 땅에 묻혀야 한다는 믿음을 가진 탓이라고 SCMP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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