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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을 이웃으로 둔 죄? 미국에 물 빚을 진 멕시코의 사정

천백십일 2020. 9. 1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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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바로 인접한 나라는 캐나다와 멕시코가 있다. 캐나다는 인구는 적지만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하여 상위권 국가가 되었다. 반면, 북미에서 부유한 나라였던 멕시코는 어느 순간부터 국력이 약하되더니 이제는 치안이 불안정하고 정치도 부패한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 이유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미국으로 인해 받은 영향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미국으로 공급되는 마약 유통 창구가 되면서 마약 카르텔이 판치게 되고, 이로 인한 치안 문제가 가장 잘 알려진 문제일 것이다.

미국과 멕시코 사이 흐르는 강물의 원활한 관리를 위해 양국이 조약을 맺었고 서로 물을 주고 받는 관계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멕시코가 약속된 양보다 적은 강물을 보냄으로서 멕시코에 페널티가 부여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물론 양국이 협의하게 맺어진 조약이지만, 최근 벌어지는 기상이변으로도 그렇고 날씨를 사람이 인위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해진 양보다 물을 적게 보냈다고 하여 페널티가 부여되는 것은 조금 불합리하지 않을까?

8일(현지시간) 치와와주에서 충돌한 농민과 경찰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국경을 접한 북부 치와와주에서 물 부족에 항의하며 시위하던 농민들과 진압 경찰이 충돌해 사망자까지 나왔다.

멕시코 당국은 10일(현지시간) 국가방위대가 전날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여성 1명이 총에 맞아 숨지고, 남편이 다쳤다며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숨진 여성을 비롯한 농민 시위대는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을 호소하면서 멕시코 당국이 미국을 향해 강물을 흘려보내는 것을 반대하던 중이었다.

미국 쪽으로 방류하지 못하도록 댐을 점거한 농부들과 이들을 해산시키려는 국가방위대가 돌과 화염병, 최루탄 등을 동원해 충돌했다.

자국 농민들이 쓸 물도 부족한 상황에서 멕시코가 미국에 물을 보내는 이유는 미국에 진 '물 빚' 때문이다.

육로 국경을 길게 맞댄 미국과 멕시코는 국경 지역 하천의 물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놓고 갈등하다 1944년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멕시코는 리오그란데강 유량 중 3분의 1인 매년 4억3천만㎥가량의 물을 미국에 보내야 한다. 반대로 미국은 콜로라도강에서 매년 19억㎥의 물을 멕시코로 보낸다.

멕시코의 경우 5년에 한 번씩 합산해 할당량을 채우게 돼 있는데, 그 만기가 올해 10월 24일이다.

문제는 멕시코가 농작물 재배를 위한 물 수요가 많다 보니 정해진 만큼의 물을 미국에 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멕시코 치와와주의 라보키야 댐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몇 년간 못 채운 할당량까지 쌓여 멕시코가 10월까지 갚아야 할 '물 빚'이 1년치와 맞먹는 4억㎥가량이라고 AP통신은 설명했다.

허리케인 시즌에 유량이 늘어날 것을 기대했지만 올해 멕시코 쪽으로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으면서 물 빚을 갚기가 더 빠듯해졌다.

만기가 다가오면서 멕시코 정부는 미국 쪽으로 댐 방류량을 늘리고 있는데 인근 지역의 농부들은 농사에 쓸 물이 없어 농작물이 죽어간다며 항의하고 있다.

지난 7월에도 농민들이 도로를 막고 관청에 불을 지르며 거세게 항의했고, 앞서 3월에도 댐 주변에서 도로 봉쇄 시위가 벌어지는 등 당국과 농부들 간의 물 갈등은 계속됐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시위자 사망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미국과의 물 협약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약에 따르면 멕시코가 미국에서 받는 물이 주는 물보다 4배가량 많기 때문에 멕시코로서는 협약 파기나 재협상을 원치 않는 상황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멕시코가 물을 제대로 갚지 않을 경우 미국이 멕시코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국경을 봉쇄하는 등의 보복을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달엔 기한 내에 도저히 물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기한 연장을 부탁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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