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운전면허는 빨리빨리가 아닌 안전을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천백십일 2020. 8. 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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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안전관리공단에 따르면 운전면허 취득 후 1년 이내 기간의 운전자의 사고가 가장 많다고 한다. 이는 면허 취득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일 것 이다.

면허를 딸 때 일정 시간 이상 안전 교육을 받아야하지만 대부분 보여주기식이고, 장내 교육 역시 면허를 위한 점수 따는 스킬 교육일 뿐이다.
이로 인해 운전을 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 면허를 발급해주는 문제가 발생한다.

해외의 경우 면허 취득에 몇개월 길게는 일년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빨리빨리를 위해 안전에 무관심 했던 것 아닐까?



충북 청주에 사는 송모 씨(30·여)는 스스로 주변에 ‘장롱 면허’라 얘기하고 다닌다. 지난해 5월 운전면허를 딴 뒤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것도 잠시. 운전대를 잡고 아찔한 경험을 몇 차례 하고선 이제 운전석에 앉는 것을 포기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계기는 지난해 9월경. 주차장에서 후진하다 뒤쪽 차를 확 긁어버렸다. 송 씨는 당황한 나머지 한동안 정신이 나가버렸다. 지나가던 차들이 마구 경적을 울리자 두려움까지 치솟아 꼼짝도 하질 못했다. 송 씨는 “면허증 딸 때만 해도 설렘에 부풀었지만 실전은 완전히 달랐다”며 씁쓸해했다.

어떤 일이건 처음 겪는 초보는 있기 마련. 하지만 ‘운전 초보’는 유독 어렵고 힘든 길이다. 물론 국내 교통문화가 초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탓도 있다. 하지만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운전대를 잡은 이들은 ‘도로 위의 시한폭탄’이란 오명을 쓰는 경우가 잦다. 전문가들은 초보운전자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도로교통의 선진화에 중요한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 “내 차와 친숙해져야 사고 위험 줄어”

직장인 장모 씨(28·여)는 지난달 22일 면허증을 발급받자마자 사설 학원에 등록했다. 본인도 기술이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지인들이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 씨는 “처음에는 면허를 빨리 따고 싶은 마음에 학원 강사가 시키는 대로 했다”며 “실제로 운전대를 잡기엔 섣불리 차를 몰다가 큰 사고를 낼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개인강사와 함께 교차로와 골목길, 주차장 등을 돌아본 뒤에야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고 했다.

운전면허가 실제 운전 능력을 담보해주지 못하다 보니, 면허를 딴 뒤에도 운전 강습을 받는 경우가 대다수다. 한 교통안전 전문가는 “운전면허가 단순히 차를 움직이는 기술을 가르칠 게 아니라 도로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상주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 체험한 운전자의 공간 감각을 기르는 훈련. 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
뭣보다 초보운전자는 차에 대한 감각을 기르는 게 급선무다. 동아일보는 10일 경북 상주시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상주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 공간 감각을 기르는 운전 훈련에 참가해봤다.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틈을 통해 49m²(약 14평) 남짓한 정사각형 공간 안에 들어갔다가 테두리 고깔을 건드리지 않고 들어간 곳으로 다시 나오는 훈련이다.

차에서 본 바깥 공간은 차량이 바퀴를 조금만 잘못 움직여도 고깔을 칠 만큼 작게 느껴졌다. 운전대를 잡은 하성수 교통안전공단 상주교육센터 교수는 차량 양쪽의 사이드미러를 번갈아보며 빈 공간을 재빠르게 파악했다. 하 교수는 “차량의 폭과 길이를 잘 파악하고 운전대 조작에 따른 차량의 움직임 정도를 알아야 공간을 빠져나올 수 있다”며 “안전운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반복 연습을 통해 내 차에 익숙해지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선 면허를 발급받기 전 운전대와 익숙해지기 쉽지 않은 편이라 진단했다. 면허 취득 과정에서도 이런 점이 간과되기 일쑤다. 서울의 한 경찰서 관계자는 “초보자들은 가령 운전대를 어느 방향으로 돌리면 차가 어느 각도로 얼마나 이동하는지 등과 같은 공간감각은 물론이고 공간 활용에 대한 이해도도 낮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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