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시크릿소셜클럽 부럽지 않은 칼국수클럽 - 신교칼국수

천백십일 2018. 3. 2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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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가 온사방에서 들려오지만 아직은 추움과 따뜻한이 공존하는 시기이다. 추위와 더움이 공존하는 봄과 가을은 어색하지만 묘하게 어울리는 느낌도 준다. 그렇기에 사람의 마음이 신숭생숭해지는 계절도 봄과 가을이지 않을까?

이런 계절에 어울리는 맛집을 알고 있다면, 이 계절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우연이 알게된 신교칼국수. 그 집을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다.

사람 많다는 서울. 그 중에서도 홍대가 있는 서교동에 위치하고 있는데도 길 찾기가 쉽지 않다. 지도앱을 켜도 홍대 건너편 주택가를 걷고 걷은 결과. 지도에서는 목적지에 도착했다며 안내를 종료하려고 한다. '이게 뭐지??'

어둑해진 골목을 둘러보던 중 발견한 조그만 간판 하나. (날이 어두워 사진은 찍지 못 했다. 그렇다 카메가가 좋지 않다.)

그렇게 찾은 신교칼국수는 골목에 있는 빌라 한 곳에 위치해 있다. 그것도 일층이 아닌 흔히 '지층' 이라고 말하는.. 반지하이지만 건물 뒤 지상 주차장과는 연결된 그런 건물에 위치해 있다. 빌라 건물에 위치해 있기에 가게 문도 범상치 않다.

영화에 주인공들이 드나드는 시크릿소셜클럽 같은 분위기를, 한국 흔한 빌라 대문에서 느낄 수 있다. 문에 붙은 번호도 'B01'... 뭔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을 강한게 풍겨온다.

​여기가 맞는지 조심스레 문을 열고 '영업 하시나요?' 라고 물었다. 사장님은 영업을 한다며 '우리집은 손님이 없을 때까지 장사해요' 라고 하신다. 쿨함..

여기서 머뭇거릴 수 있는 포인트. 앞서 얘기 했듯 여긴 빌라 건물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신발장이 있다. 우리집 같다. 신발을 벗어야 하나 그냥 들어가야하나 고민을 했다. 그 결과, 내부에 장판이 깔려 있는 것을 보고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장판=입식 생활이니까..

신교칼국수는 칼국수 가게라고 간판이 있지만, 엄연히 메밀국수 맛집이다. 뜨거운 칼국수 가게에서 찬 메밀국수 맛집이 됐다. 묘한 조합이라고 생각된다.

차려진 한상 차림. 뭔가 부속적인 것이 많다.

칼국수의 면은 직접 만드신듯하다. 아닌가.. 식감을 쫀듯한데, 잘 기억이 아니 않는다. 그렇지만 일반 칼국수 가게의 면과 조금 달랐던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조개의 해감이 무척이나 잘 되어 있었다. 많은 조개를 발라 먹음에도 모래 한톨 씹지 않았다. 사실 이건 이 날만 그런건지, 매일 그렇게 하시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칼국수 먹으며 해감이 잘 된 조개를 같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먹흐름을 망치지 않는, 좋은 경험이 된다.

그리고 이 집의 에이스, 메밀국수. 사진으로도 느껴지듯 양이 엄청 많다. 저렇게 삶아서 주려면 분명 면이 불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적당히 있고 적당히 탄력이 넘친다. 다 먹을 때까지 더이상의 불지 않다는 인상을 주는 면이다.

그리고 아낌없이 주는 갈은 무와 파, 생수병에 들어 있는 ​쯔유? 소스? 육수? 진하지만 짜지 않고 적당히 단맛도 살아 있다. 그렇기에 면을 한움쿰 들어 소스에 담가놔도 짜게 물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이건 우리가 주문한 것은 아니지만, 사장님 먹어보라며 주신 '비빔메일국수'.

먹어보라며 주신 국수인데, 왜 1인분이 나왔을까? 알수가 없다. '1인 1메뉴'를 실천하려고 했으나 강제로 '2인 3메뉴'를 하게 되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양이지만, 남기지는 않는다. 따뜻한 면, 차가운 면, 그리고 매콤한 면을 오가며 먹다보면... 그 이후는 식상하지 얘기하지 않겠다.

마음 같아서는 포장도 되는 메밀국수를 좀 사서 집에 가야하나 고민을 했지만, 분명 같은 면을 사서 집에서 끓이면 같은 맛이 나지 않을 것이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배부름을 얻고, 비밀칼국수클럽을 나서는 길. 더욱 어두워진 골목길로 나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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