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너 때 밀어봤니? - 망원 성신목욕탕

천백십일 2018. 2. 2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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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세신하다” 라는 표현을 쓰지만, 예전엔 (뭐 요즘에도 종종 ) “때밀다” 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

어릴 땐 때를 민다는게 무작정 아프기만 한 일이 었고, 그보단 목욕 이후 얻어 먹는 바나나우유가 더 좋았었다.

어른이 되고도 목욕을 가서 때를 밀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 큰 일을 앞두고 때를 밀어볼까 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직 서울엔 많은 목욕탕이 있다. 사우나란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게 되었고, 시설도 현대적으로 변한 곳들도 많다.

그런데 망원동, 요즘 핫하다는 동네에 굴뚝도 남아있는 목욕탕이 있다. 성신목욕탕.


외관에 있어 목욕탕 입구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다. 완벽히 30년 이상 되었음을 진작하게 하는 외관이다. 누군가는 올드하다, 낙후하다 하겠지만 외관은 완벽하게 힙하다.


목욕 요금은 6천원. 외관에 비해 저렴하진 않다.
(이후부턴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탈의실과 탕 안 역시 오래되었다. 안에는 이발과 세신을 동시에 해내시는 할아버지 사장님이 계셨다.

몸을 불린 후 조심스럽게 등을 요청드렸다. 나는 등만 하려고 했으나, 누워있는 나를 툭툭 치며 ‘그게 아니라’는 손짓을 하였다. 반대로 누우니 시작되는 때밀이.

험한 외모에 비해 손은 부드러우셨고, 때수건을 움직이는 힘은 강하였다.

아직 상체의 반의 반의 반도 안 끝내시곤 “오랜만에 때 밀죠” 라고 물으셨다. 그렇다 매일 샤워를 한다지만 때는 쌓이고 쌓였다.

이후 묵묵히 때가 벗겨져나갔다. 때를 다 밀고 때수건을 벗어 던지신 사장님은 무언가 주섬주섬 하시더니 내 몸을 다시 밀었다.

그것은 뭐랄까 빨래비누는 아니고 세안 비누도 아니지만 뭔가 ‘비누’ 라는 존재감을 뿜는 비누 거펌이었다. 그리곤 비누물은 알아서 딱으라며, 그렇게 세신이 때밀이가 끝났다.

망원동에 올 때 다들 말끔히 씻고 옷 매무새를 다듬고 올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 때가 켜켜히 쌓여있을 것 이다. 그걸 성신목욕탕 사장님은 알고 계셨던거겠지?

이제 거짓 같는 꾸밈은 하지말고 망원동에 와서 때를 벗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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