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지켜줘야할, 그러나 잊혀져야할 '소원'

천백십일 2013. 10. 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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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어떤 하나의 시나리오를 통해 영상, 음성 등으로 구성되어 만들어지고, 관객들은 그 영상, 음성으로 보여지는 시나리오는 통해 다양한 상상를 펼쳐 나갑니다. 때론 즐겁게, 때론 무섭게, 때론 심각하게, 때론 놀라운 반전 등을 느낄 수 있기에 영화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이 미리 파악되는 실화 영화가 성공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이준익 감독이 새롭게 들고 나온 영화 '소원'은 실화를 배경으로 만들어 졌기에, 그리고 그 배경이 되는 사건이 충격적이 가슴 아픈 이야기이기에 개봉 전까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사건, 일명 조두순 사건은 당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던 사건입니다. 집에서 자고 있던 여아를 밖으로 데리고 나와 성폭행, 그리고 길에 유기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성기, 항문 손실 및 성폭행의 기억이 강렬했기에 10대 아동이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가 대중의 관심사였고, 그와 함께 범인의 처벌 수위가 관심사였습니다.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아동의 신체가 어느 정도는 회복 될수 있을거란 기대가 생겨나 기뻤지만,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의 주취(음주)에 따른 심신미약이 받아들여서 12년 형을 선고 받게 되어 분노감이 커지기도 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해당 사건과 계속 대입시켜야만 했습니다. 성폭행의 충격에도 범인을 찾아야하는 과정,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먹이거리를 발견한듯 달려드는 취재진들, 충격으로 말을 잃고 아빠가 범인으로 보이는 아이, 사건에 대한 상실감, 재판 과정에서의 분노, 상처를 회복해가는 모습 등등.

특히 심리치료 과정에서 아동과 전문의가 주고 받는 대화가 인상 깊었는데요.

아동이 "할머니가 '아이고 죽겠네. 아이고 죽겠네' 라고 말했던 이유를 알겠어요." 라고 말하자, 전문의가 "무슨 뜻인데" 묻습니다. 그에 대한 대답으로 "왜 태어났을까" 라고 말합니다.

대학시절 교양수업에서 배웠던 내용 중 성폭행을 당한 아동의 경우, '자신의 탓으로 그런 사건이 벌어졌다' 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런 심리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자해를 하거나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으며 제대로 된 치료가 없을경우 성장과정에서 자살까지 이른다고 합니다. 이런 아동의 심리가 영화 속에서 그대로 투영되었고 제 기억속에 깊이 박히게되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의 엔딩 속에선 완치되진 않았지만 치유되어 가는 해피엔딩으로 결말에 이르게 되고, 감정을 조금은 진정시키고 영화관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개운치 않은 부분 역시 있습니다. 그것은 실제 사건이 재조명되어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못한 현실에 대한 비판이 아닌, 피해 아동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하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것 입니다.

실제 사건의 발생 초기, 사건은 조두순 사건이 아닌 가명의 여아 사건으로 불리었습니다. 언론에도 가명이긴 하지만 여아가 계속 언급되었고, 그런 것이 아동에 문제가 될수 있음을 인지하고 용의자 검거 후에는 조두순 사건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관련 내용이 영화 속에도 나오는데요. 사건이 언론에 나오자 아동의 부모는 당황해하고, 아동은 공포를 느끼며 더 자신을 가두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그리고 영화 속 대사에서 '다시 학교에 못 갈것 같다. 애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지 않다'라는 부분에서 알수 있듯, 아동은 자신의 상처를 숨기고 싶어하고 잊고자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현실 속에서도 다를 것 같지 않습니다. 이전 보도에 따르면 해당 아동이 치료를 받으며 학교로 돌아갔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쯤 안 좋은 기억을 잊어가며 그 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혹여나 이번 영화로 인해 사건이 들춰지고 관심 받는건 아닐가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불편한 진실에 눈을 뜨고 지켜보고 반성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동시에 그 피해를 받은 아이를 지켜주고 보호되는 일도 중요하게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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