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좋은 영화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거지?

천백십일 2020. 11. 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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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지호가 저예산 영화를 찍어낸 뒤 극장이 아닌 IPTV를 통해 큰 수익을 내고 있다며 비판하는 기사를 보았다. 그런데 저예산 영화를 찍어 극장이 아닌 창구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 무슨 잘못일까?

기사에선 1. 저예산 영화들이 보여주는 기발한 상상력이나 사회 비판도 없고, 2. 세달 정도라는 짧은 기간동안 찍어내는 등 영화 제작에 깊이가 없고, 3. 그러다보니 질 낮지만 돈만 벌려고 하는 영화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따지면 큰 예산을 들였지만 흥행도 안 되고 내용도 없는 영화들은 과연 옳은 것인가?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이 만들어졌는데 극장이란 영역을 꼭 고집해야만 하는 것인가?

오지호가 찍은 영화들이 어떤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만한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문제를 제기 하는 것이 맞다. 다만 앞서 얘기한 그런 이유들로 그 영화와 배우, 스탭을 비판하는 것은 섯부른 엘리트주의 아닐까?

배우 오지호의 저예산 영화들이 큰 수익을 내고 있다. 코로나19팬데믹으로 인한 극장 산업 붕괴와 맞물려 만들어진 생경한 풍경이다.

지난 여름 성수기에 오지호가 출연하는 두 편의 영화가 연달아 개봉했다. '프리즈너(양길영 감독)'와 '태백권(최상훈 감독)'으로, 두 작품 모두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액션 영화다. 각 배급사가 심혈을 기울여 개봉작을 정하는 여름 성수기다. 코로나19팬데믹으로 다들 개봉을 꺼리던 시기다. 그런데도 개의치 않고 개봉을 선언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얻기도 했다.

물론 극장은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두 영화 모두 극장에 개봉하자마자 IPTV를 통해 공개됐다. 그리고 몇달 사이 제작비를 훨씬 뛰어넘는 되는 수익을 올렸다. 워낙 저예산으로 만들어졌기에 10배 혹은 13배까지 벌어들였다. 처음부터 IPTV를 겨냥해 제작되고 개봉까지 한 모양새다.

코로나19로 극장 나들이는 줄어들고 '집 콕'하는 안방극장 관객이 대폭 늘었다. 각 영화 배급사들도 전보다 더 많은 수익을 IPTV를 통해 내고 있다. 극장 관람 문화가 무너져버린 현 상태에서 OTT에 진출할 수 있는 작품은 소수다. 결국 살길은 IPTV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처럼 급변하고 있는 영화 산업의 흐름에 가장 먼저 발맞춘 작품이 오지호의 저예산 액션 영화인 셈이다.

적은 비용에 낮은 퀄리티로 영화를 만들어 유명 배우의 인지도를 이용해 돈을 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저예산이지만 신선하고 과감한 독립영화들과는 결이 다르기 때문. 오지호가 특별출연하고 '태백권' 최상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용루각: 비정도시'는 7월 크랭크인해 10월 충주 국제 무예 액션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영화 한 편이 3달 만에 '뚝딱' 만들어진 것. 11월 26일 개봉까지 한다. 크랭크인부터 개봉까지 불과 5개월이 걸렸다. 후반 작업에만 몇 달을 소요하는 다른 영화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질보다 양으로 승부를 본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앞서 개봉한 영화들이 받은 혹평이 이같은 사실을 방증한다. '프리즈너'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510명의 네티즌에게 평균 3.08개의 별점을 얻었다. 100점 만점에 30점을 받은 영화라는 이야기다. '태백권'은 5.28점이다. 관람객이 남긴 한 줄 평에는 호평보다 혹평이 압도적으로 많다. 내달 개봉한다는 '용루각: 비정도시'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극장 산업이 붕괴되면서 그간 없었던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면서 "어떤 연출자는 한 영화를 위해 몇 년을 투자하기도 한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몇십억원은 우습게 들어간다. 그러나 '다 무슨 소용이 있나'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싸게 여러 편 만들어 IPTV에서 많이 파는 게 결국 살길인가. 코로나19로 영화 산업 전체가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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